대학생 연구팀, AI 기술로 고대 문서 해독
‘유쾌한 맛’ 등 쾌락의 원천 등 내용 담겨
2000년 전 고대 도시 폼페이는 그리스와 로마 문화 문명의 영향 아래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다. 놀라울 정도의 문화를 꽃피우던 도시다. 기원후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인해 도시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화산재가 도시 전체를 덮어 버린 것.
화산재로 찬란했던 도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역설적이게도 화산재가 도시 전체를 완벽하게 보존하는 역할을 했다. 18세기경 우연히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도 발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예술 작품 등이 완벽한 상태로 보전된 채 발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최근 한 대학생 연구팀이 화산재에 묻혀있던 두루마리에 쓰여 있는 그리스어를 인공지능(AI) 기술로 해독하는 데 성공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를 놓고 고대 로마에서 활동했던 에피쿠로스학파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며 고고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네이처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집스, 스위스, 미국 대학생 3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고고학계 가장 큰 미스터리를 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타버린 두루마리 속에 적힌 수백 개의 단어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대학생 연구팀의 해독 성과는 '베수비오 챌린지'에서 우승작으로 선정됐다. 베수비오 챌린지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훼손된 파피루스 조각과 두루마리의 내용을 밝히는 대회이다. 해독해야 하는 두루마리는 18세기 이탈리아 로마의 호화로운 별장에서 발굴된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로, 고대의 도서관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손상의 우려가 커 열어볼 수가 없는 상태다.
과학자들은 이 두루마리의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를 통해 챌린지에 참가하는 전세계 연구자들이 내용을 해독하는 데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챌린지에서 우승한 대학생 연구팀은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했고, AI로 두루마리를 해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000년 전 고대 문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이번에 밝혀진 두루마리의 내용에는 에피쿠로스학파의 철학과 관련된 것으로, 아테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추종자 ‘필로데무스’가 연구를 했던 도서관의 장서로 추정됐다. 두루마리가 발견된 로마의 별장 역시 에피쿠로스 학파의 후원자와 관련이 있는 곳으로 보인다.
두루마리에는 ‘유쾌한 맛’과 ‘볼거리’ 등 쾌락의 원천을 찾는 내용이 담겼다. 플루트 연주자 제노판투스도 등장한다. 이 연주자의 연주를 들은 알렉산더 대왕이 감격해 무기를 꺼내 들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음악이 주는 즐거움, 쾌락을 논하면서 플루트 연주자가 언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베수비오 챌린지의 심사위원을 맡은 리차드 얀코 미국 미시건대 앤아버 교수는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에는 더 많은 그리스 철학이 담겨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들을 가지고 있다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챌린지를 처음으로 제안한 실리콘 밸리의 사업가인 냇 프리드먼은 올해 연말까지 두루마리의 85%를 해독하는 것을 목표로 2024년 베수비오 챌린지의 새로운 상금을 발표했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