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벌집 제거해주세요", "문이 잠겼어요. 열어주세요", "집에 데려다주세요"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철뿐만 아니라 폭설이 내리는 겨울철에도 119 신고와 소방대원들의 현장 출동이 급증한다. 이런 시기에는 1분 1초가 급한데, 사소한 신고 접수로 긴급 구조 현장의 소방력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비(非)응급환자', 생활민원 등의 신고 전화를 받는 동안 다른 응급 환자의 전화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긴급상황에는 119, 비긴급상황에는 110'으로 신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아직까지 단순 민원신고가 119로 접수되는 사례가 잦다.
이로 인해 골든타임 안에 환자에게 도착하지 못해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종 긴급신고·민원신고를 하나의 번호로 통합한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 미국 연방 차원의 '911 시스템'은 1968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911 시스템 도입 이후 미국 전역에서 약 2억 4000만 건의 연간 통화를 처리한다. 이처럼 많은 민원을 처리해야 하지만 대응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911 신고센터의 응답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긴급파견학회는 2년 전 신고센터 인력 부족으로 급박한 전화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 아칸소주 리틀락에서는 차 사고를 신고하기 위해 911에 전화했지만 20분 넘게 기다린 뒤 결국 통화에 실패한 시민의 사연이 알려졌다. 또한 휴대전화의 안전기능 오작동으로 인한 잘못된 신고가 911 연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민원, 비응급환자 신고 전화를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신해 처리하는 기술이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AI 스타트업 하이퍼(Hyper)는 음성 AI 기술을 활용해 긴급이 아닌 신고 전화의 75%를 자동으로 해결하는 AI 에이전트를 내놓았다.
하이퍼는 기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인 벤자민 샌더스(Benjamin Sanders)가 자신의 친구인 데미안 맥케이브와 함께 설립한 기업이다. 샌더스 최고경영자(CEO)는 창업 전 응급 서비스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AI를 활용한다는 뉴스 기사를 접했다.
응급 전화로 걸려오는 대부분의 전화가 응급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샌더스 CEO는 911 시스템에 AI를 접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이퍼가 개발한 AI 에이전트은 신고자의 질문에 답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연결하며 긴급하지 않은 경찰 신고도 받는다.
AI가 긴급 전화를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긴급한 전화만 인간 상담원에게 연결한다.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하이퍼 AI 에이전트의 특징이다. 특히 30개 이상의 언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신고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언어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고 접수를 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이퍼는 63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리플 벤처스, VSC 벤처스 등 투자사들이 라운드에 참여했다. 하이퍼는 사업을 확장하고, 엔지니어링 책임자를 채용하고,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데 투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샌더스 CEO는 "지역 기관의 실제 911 전화를 기반으로 모델을 훈련시키고 있다"라며 "대부분의 콜센터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궁극적으로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포스트(AIPOST) 유진 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