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화웨이 칩으로 차세대 AI 모델을 훈련하려다 실패해 신제품 출시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압력에도, 기업들의 기술 자립이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딥시크는 올해 1월 R1 모델을 출시한 뒤 중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엔비디아 칩 대신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칩을 도입했다. 어센드를 활용해 후속 모델인 R2 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모델 훈련 과정에서 안정성, 연결 속도, 소프트웨어 성능 등 측면에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고, 끝내 훈련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로 인해 지난 5월로 예정됐던 R2 출시는 수개월가량 연기됐다.
데이터 라벨링 작업이 길어진 것도 지연 요인으로 꼽혔다. 딥시크는 훈련에 엔비디아 칩, 추론에 화웨이 칩을 활용하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이처럼 다른 중국 기업들도 화웨이 칩을 사용한 경우 빈번한 오류, 속도 저하 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한계는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기술 자립을 압박하는 가운데 드러난 것이라 더욱 주목을 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내부 회의에서 R2 모델 개발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며 고급 모델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딥시크의 신제품은 이르면 몇 주 내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 칩은 고급 AI 모델 훈련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이 엔비디아 등 자국 기업이 만든 AI 반도체가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감지하기 위해 AI 칩에 위치추적장치를 삽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우회해 엔비디아 AI 칩인 블랙웰 탑재 제품을 사들이는 중국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중국 판매상들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 주변국에 법인을 등록한 기업들을 통해 엔비디아 블랙웰이 들어간 서버를 구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칩을 확보하기 위해 명목상 IT 기업을 미국에 세워 반도체를 중국으로 유출한 중국인 2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이 첨단칩에 위치 추적 기능을 부착하려는 것과 관련, 보안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AI 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수출세’로 납부하기로 하는 등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AI포스트(AIPOST) 진광성 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