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능숙해져야 할 분야가 있습니다."
최근 한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SNS) 임원이 홀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앱이 공개됐다. 앱 개발 분야의 전문지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AI 도구의 도움만으로 단 몇 주 만에 모바일 앱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애플리케이션 '오디오2(Audio2)'는 사용자가 오디오 메모를 녹음하면 AI가 이를 자동으로 필사, 요약해 주고 검색 기능까지 지원한다. '오디오2'를 개발한 주인공은 링크드인 부사장 겸 콘텐츠 편집장인 다니엘 로스(Daniel Roth)이다.
다니엘 로스는 30년간 글밥을 먹고 살아온 언론인이다. 미국 비즈니스 저널리즘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1996년 포브스 매거진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그는 1998년 포춘 매거진으로 자리를 옮겨 수석 편집자로 활동했다.
당시 다니엘 로스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동시에 인터뷰한 몇 안 되는 기자 중 한 명이었다. 이후 비즈니스 월간지 콘데 나스트 포트폴리오, 와이어드 매거진, 포춘 매거진을 거쳤다. 2011년부터 링크드인 편집장으로 재직하며 새로운 디지털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자들과 언론사들의 기사를 가공하고,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로스는 2017년 콘텐츠 개발 부사장에 올라 링크드인 전반의 콘텐츠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30년간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다니엘 로스가 AI 앱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최근 자신의 링크드인을 통해 '오디오2' 개발 배경과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디오2'는 '이런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로스는 "무엇을 하기 전에 개발의 기본 원리를 익혀야 했다. 저는 하면서 더 잘 배우기 때문에 시작하기에 충분한 지식만 있으면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문 개발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라며 "제가 운영하게 될 프레임워크와 달성해야 할 일반적인 이정표를 이해할 만큼의 지식을 쌓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다니엘 로스는 기초를 쌓기 위해 '커서(Cursor)와 클로드(Claude) AI로 꿈의 앱 만들기', 'React.js 학습 경로'라는 강의를 수강했다.
로스는 강의를 통해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기본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었고, 여러 AI 도구들도 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앱 개발에 사용했던 도구들을 소개하며 그는 "월 20달러의 클로드 프로는 제 코딩 AI 파트너이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이해하고 기능적 코드를 작성하는 데 정말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월 구독료 20달러에 해당하는 커서 프로 상품을 구독했고, 월 19달러짜리 엑스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EAS)를 사용했다. 연간 99달러를 내야 하는 애플 개발자 계정, 레일웨이, 어셈블리AI, 깃허브, 캔바, 제미나이 등을 모두 활용했다고 그는 전했다.
로스는 "커서는 앱 전체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획기적이다. EAS는 앱을 빌드하고 배포하는 데 사용했으며, 레일웨이와 어셈블리AI는 오디오 관리 서버 구축, 자막 필사 등을 위해 각각 사용했다"라며 "연간 639달러(약 88만원)이 들었다. 골프를 시작할 때 드는 비용보다 적다"라고 강조했다.
AI 앱 개발의 시작은 순조롭지 못했다. 로스는 " 제가 상상했던 대로 되지 않았다. AI에게 모든 걸 맡기려던 건 잘 되지 않았다. 기초를 쌓고, 튼튼한지 테스트한 다음,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는 방법이 더 나은 방법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클로드 프로젝트' 기능을 유용하게 활용했다고 했다.
다니엘 로스는 "메모리 제한에 도달해 새로운 채팅을 시작하는 것은 프로젝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새 직원을 영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그는 AI 앱 개발과정에서 종종 AI 도구간의 대결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는 "클로드와 커서는 앱 구현 방식에 대한 의견이 달랐다.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클로드에게 제가 초보자라고 말했다. 개발 과정 내내 클로드에게 이렇게 상기시켰다. 클로드나 커서에게 실제 개발자들이 읽거나 들은 내용을 토대로 제 생각을 끊임없이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라며 "초보자라고 인식시킨 이후 접근 방식에 대해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좋았다"라고 귀띔했다.
AI의 낙관적인 태도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로스는 "인생과 마찬가지로 쉬운 일은 없다. AI는 '간단하다'라거나 '약간의 작은 변화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는 경고 신호다"라며 "무언가가 고장 나면, 클로드는 본능적으로 더 많은 코드를 다시 작성했다. 그러면 새로운 문제가 야기된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아무것도 다시 쓰지마, 오류의 원인만 말해줘', '변경해야 할 구체적인 것만 보여줘', '이 변화를 되돌리고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해 보자' 등의 프롬프트를 작성했다고 한다. 앱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엔지니어링팀의 도움 없이 앱을 빠르게 개선해 나갔다.
새로운 앱을 소개하며 다니엘 로스는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능숙해져야 할 분야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명확하게 전달하기 ▲복잡한 문제를 더 작은 부분으로 나누기 ▲빠르게 테스트하고 반복하기 ▲언제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지, 언제 지속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등 작업에 능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니엘 로스는 "도약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작게 시작했으면 한다. 여러분의 첫 번째 단계는 훨씬 더 간단할 수도 있다. 미래는 더 이상 기술적 장벽에 갇히지 않으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의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