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뉴런장애(Motor Neuron Disease·MND)라는 난치병 판정을 받은 환자가 인공지능(AI) 기술 덕분에 25년 만에 자신의 목소리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영국에 거주하는 사라 에제키엘은 2000년 운동뉴런장애 판정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MND는 온몸의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는 희귀 질환이다. 이 때문에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던 사라 에제키엘은 34세의 나이로 목소리를 잃고 손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당시 에제키엘의 두 자녀는 모두 걸음마도 떼지 못한 갓난아이였다. 현재 성인이 된 두 자녀는 에제키엘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에제키엘이 기계를 통해 출력되는 인위적인 목소리로만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에제키엘은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VHS테이프를 집 안에서 찾게 됐다. 이 테이프에는 1990년대에 녹화된 것으로, 에제키엘이 첫째 아들인 아비바의 기저귀를 갈면서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에제키엘은 "MND를 안고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목소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마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라고 했다.
이에 에제키엘과 가족들은 희망을 가지고 브리스톨에 소재한 보조 의사소통 도구 분야의 선도적인 개발사인 '스마트박스'에 VHS테이프를 전송했다. 이 기업은 에제키엘에게 1시간 분량의 오디오를 요청했지만, 에제키엘이 가진 건 단 8초 분량의 테이프뿐이었다.
이에 스마트박스는 인공지능(AI) 음성 생성 솔루션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일레븐랩스'와 협력을 통해 VHS테이프에서 에제키엘의 목소리를 분리하고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일레븐랩스는 자사의 AI 기술을 보조 의사소통 도구에 결합해, 사용자의 목소리와 억양 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에제키엘의 자녀들은 "'코크니 악센트(영국 런던 지역의 말투)'를 처음 듣고 어머니와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에제키엘은 AI 덕에 자신의 목소리로 원하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약 9700만 명, 유럽에서는 약 200만 명이 자연스러운 음성만으로 의사소통할 수 없어 보완대체의사소통(AAC) 기술의 적용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AAC 솔루션의 상당수는 여전히 평범하거나 로봇처럼 들리는 음성에 의존해 사용자의 개성 표현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보조 의사소통 도구 기업과 AI 기업의 협업을 통해 목소리를 상실한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레븐랩스 측은 "이번 파트너십은 단순한 기술 통합을 넘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직접 소통해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레븐랩스는 "저희는 다른 AAC 기술 회사들과 협력해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는 기기와 플랫폼 전반에서 자연스럽고 개인화된 음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AI포스트(AIPOST) 진광성 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