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민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

(사진=이디오그램)
(사진=이디오그램)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가 도를 넘고 있다.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러한 범죄의 심각성이 지적되며, 온라인상 화두가 되고 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얼굴을 도용당한 유명인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사기범들은 IT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사실상 찍어내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 필자도 유명인 관련 투자 광고를 자주 접했다. 홍진경씨, 백종원씨, 김미경씨, 유재석씨, 황현희씨 등 유명인이 등장해 주식 투자를 권하는 식이다. 대부분 사칭 광고다. 무료로 투자에 도움이 되는 책을 준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유명인이나 경제 전문가의 권위를 이용해 주목을 끌고 단체 채팅방(리딩방) 가입을 유도해 돈을 뜯어낸다.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김종인 전 의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장하군 교수,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정치인, 경제단체인 가릴 것 없이 피해를 보고 있다.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유명인 사진을 내세운 광고 사진을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유명인의 얼굴을 훔치는 방법으로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다. 김상중씨가 한 광고영상에 출연해 "주식 종목 추천부터 주식투자 교육까지"라며 주식정보 서비스 업체를 광고한다. 

(사진=MKTV 김미경 TV)
(사진=MKTV 김미경 TV)
문재인 전 대통령 사칭 불법 투자 광고 사례. (사진=SNS 갈무리)
문재인 전 대통령 사칭 불법 투자 광고 사례. (사진=SNS 갈무리)

딥페이크를 활용한 범죄다. 리딩방의 일원이 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 돈을 갈취할까. 광고를 클릭하면 네이버 밴드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는다. 주식투자 입문 서적을 집으로 보내주고, 이후 주기적으로 연락이 온다. 단체 채팅방에서 투자 종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루에 수백 명이 해당 밴드에 가입을 하는 수준이다. 불법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905건이었던 불법 주식 리딩 관련 피해 민원은 지난해 3070건까지 급증했다. 지켜만 봐서는 안 될 문제다. 

불법 업체들이 활동하는 플랫폼 자체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의 한국지사는 이런 업체 계정과 콘텐츠를 단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사칭 피해자가 특정 불법 광고를 신고했지만, 페이스북 측은 '문제없다'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페이스북 광고는 사전에 일일이 검수하는 방식이 아니다. 제대로 거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유튜브에도 불법 콘텐츠가 속속 게시되고 있다. 필자도 몇 차례 사기 광고를 본 적 있다. 존 리 대표를 모델로 한 콘텐츠였다. 이는 중대한 문제다. 유튜브 광고를 통해 구매를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유튜브 측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필자는 유튜브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평소에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에 불법 사기 광고를 직접 신고도 해봤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여론이 형성되자 구글도 최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최근 포털, 유튜브 등에 제품·서비스 관련 허위 정보를 올리는 광고주 계정을 사전 고지 없이 정지시킬 수 있도록 광고 정책을 변경했다. ‘공인·브랜드·조직과의 제휴, 이들의 지위를 사칭하거나 허위로 암시하는 행위’도 계정 정지 대상에 포함된다. 광고와 무관한 유명인의 이름과 얼굴을 딥페이크 기술로 도용하는 행위를 단속한다는 이야기다. 다른 정책 위반 시 사전 경고한 뒤 정지 절차를 밟아온 것과는 대비되는 강력한 조처다.

주요 수익이 광고수익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박수를 쳐주고 싶다.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구글의 태도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유명인을 사칭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달 초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투자리딩방 사기 건수는 1452건으로 경찰 산정 피해액만 1266억원에 달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도용 피해를 본 유명인들도 직접 나섰다. 방송인 송은이·황현희씨, 유명 강사 김미경씨,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으로 구성된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플랫폼은 현재 자신들의 광고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MKTV 김미경 TV)
(사진=MKTV 김미경 TV)

유명인들의 호소에 정부는 같은 달 27일 범정부 전담팀(TF)을 꾸렸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메타 등 국내외 플랫폼 업계에 ‘유명인 사칭 광고 피해 방지를 위한 자율 규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11월부터 사칭 계정으로 개설한 밴드를 제재하는 등 징계 기준을 강화한 네이버는 최근 고객센터와 신고센터 등에 사칭 사기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추가 창구 개설에 나서기도 했다.

플랫폼사의 자율 규제에 맡겨진 대응만으로는 사칭 행위와 사기 범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유사모는 앞선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플랫폼에 신고해 계정 1개를 지우면 다음날 10개의 사기 계정이 새로 생겨난다”면서 “현재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사칭 피싱 범죄를 당장 멈추게 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다”며 고질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범죄 예방을 위한 본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 신청 절차가 없다는 점도 한계다. 검사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통신사기피해환급법)가 있지만 유명인 사칭 피싱은 피해구제 신청 절차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플랫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라면서 더불어 조속히 범죄 예방 대책 및 피해자 구제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송태민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

매스미디어 활동 이력

현) AI 전문언론 'AI포스트' 고정 칼럼진 [송태민의 IT온에어]

현) KBS 2TV 해 볼만한 아침 [미래먹거리연구소]

현) KBS 1라디오 오늘아침1라디오 [또 다른세상 IT]

현) TBN 김경식의 으라차차 [미래모빌리티의 모든 것]

전) KBS 1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 [IT 따라잡기]

전) KBS 2TV 차정인기자의 T-Time 등 다수 코너지기

 

주요 이력

▲ 現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

▲ 現 열린인공지능 출판사 대표

▲ 現 한국예술원 특임교수

▲ 前 SK디스커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前 LG유플러스 IoT 신사업발굴 책임

▲ 前 어비팩토리 대표

▲ 前 SK플래닛 UX designer

▲ 前 현대 엠엔소프트 TDX 디자이너

▲ 前 SK커뮤니케이션즈 신사업팀 

 

주요 저서

▲ 인간이 지워진다(AI 시대, 인간의 미래) <메디치미디어> 2023

▲ 모든 명언의 시작, CLOVA X <열린인공지능> 2023

▲ 챗GPT 마스터 기술 <열린인공지능> 2023

▲ 숏폼으로 브랜딩하다 <21세기북스> 2021

▲ Hybrid Offline Business <출판사아님> 2021

▲ O2O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한스미디어> 2016

▲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0.9 <한빛미디어> 2015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를 위한 웹표준 <제우미디어> 2009 등 50여 권 집필

AI포스트(AIPOST) 송태민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 blackpeachlov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