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수요에 'AI 칩' 밀수업자까지 등장

(사진=미드저니)
(사진=미드저니)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에서 120억 달러(약 16조 58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칩을 판매할 것이라고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 분석가들의 예측을 인용해 엔비디아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새로운 AI 칩 'H20'을 100만 개 이상 출하할 예정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H20은 중국 수출용 AI 칩 가운데 가장 고성능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AI 반도체 사양을 제한하자, 엔비디아는 통제망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칩을 내놓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만 120억 달러 규모의 AI 반도체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H20 가격은 한 개당 1만 2000달러(약 1650만원)에서 1만 3000달러(약 1800만원) 사이로 책정돼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H20을 100만개 판매할 경우 12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는 2024년 1월에 끝나는 회계연도에 중국 전체에서 발생한 103억 달러(약 14조 2300억원)의 매출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사진=엔비디아)
(사진=엔비디아)

H20 칩의 주요 수요처는 바이트댄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과 같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다. 미국 기반의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과 경쟁하기 위해 중국 빅테크들은 경쟁적으로 엔비디아의 AI 칩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로, H100 등 반도체를 구할 수 없게 된 가운데 성능을 낮춘 칩이라도 건져보고자 백방으로 애를 쓰고 있다. 성능이 떨어지는  H20이 대량으로 출하되는 점을 보면 중국 고객들에게 확실히 인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모건 스탠리는 분석했다. 

한편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관련 밀수 시장까지 급성장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70여 개의 유통업자들이 온라인에서 엔비디아의 AI 칩을 공개적으로 광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이 그 중 25곳과 직접 접촉해본 결과 다수가 매달 수십개의 최첨단 엔비디아 칩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WSJ는 최첨단 칩을 위조해 판매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통로를 통해 중국으로 밀반입되는 칩은 연간 1만 2500개로 추정된다. 

AI포스트(AIPOST) 조형주 기자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