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드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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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 A씨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친한 기업 대표들과의 미팅 자리에서도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AI 서비스를 도입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직원들에게 권장하고 있지만, 업무에 도입되는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이유가 뭘까. 

#2 광주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는 경영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B씨는 올해 초 AI를 업무에 어떻게든 업무에 접목해 보라는 대표의 특명을 받았다고 한다. B씨는 "챗GPT나 AI 챗봇 등 서비스는 활용하고 있지만, 막상 업무에 도입하려니 막막하다"라며 "AI 꽂힌 대표 때문에 죽을 맛이다"라고 토로했다. 

경영 전반에 AI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들은 빠르게 AI를 도입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진화하는 AI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미드저니)
(사진=미드저니)

글로벌 컨설팅기업 KPMG가 지난해 발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CEO들의 70%는 자사의 미래를 위해 생성형 AI에 최우선 순위로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익성 증가와 새로운 제품 및 시장 선점 기회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재계 빅4(삼성·SK·현대차·LG)도 AI를 업무 전반에 도입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삼성 가우스'를 활용해 업무 혁신을 꾀하고 있다. LG AI 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엑사원 3.0' 모델을 임직원들에게 제공 중이다. 현대차와 SK도 AI에 투자하며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들은 AI 도입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AI 도입에 투입되는 비용 부담 때문이다. 이에 기업 대표들은 직원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즉각 사용할 수 있는 AI 도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들의 기대와는 달리 직원들은 AI 도입으로 오히려 업무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이 최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생성형 AI 생태계의 현황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이 최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생성형 AI 생태계의 현황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프리랜서 고용 플랫폼 업워크(Upwork)가 지난달 내놓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77%는 생성형 AI 도구로 인해 생산성이 감소하고, 업무량이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에서 2500명이 참여했고, 여기에는 최고경영진 1250명, 정규직 직원 625명, 프리랜서 625명이 포함됐다.

직원들은 AI 도구 사용 방법을 배우거나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검토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약 4분의 1은 새로운 기술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작업을 하도록 요청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 경영진의 85%가 직원들에게 기술 사용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조직이 많지 않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업워크)
(사진=업워크)

업워크 연구진은 "AI는 획기적이고 유망한 기술이지만, 수년간 생산성을 저해해 온 동일한 시스템과 모델에 도입하면 기존 문제가 두 배로 심화된다"라며 "근로자에게 동일한 직무 내에서 AI 도구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내라고 요구하면 번아웃이 확대될 위험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연구진은 "AI의 힘을 진정으로 활용하려면 인재와 업무를 구성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라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AI포스트(AIPOST) 조형주 기자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