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음악 듣고 위로받았던 경험, 공유하고 파"
센서 데이터로 감정과 상황 분석해 콘텐츠 추천
스포티파이도 못한 구체적 개인화 데이터 분석
CES2024서 혁신상 수상…광주 유일 2년 연속
미국에서 인정받고 세계로 나아가는 '인디제이'
상황·감정·인공지능·헬스케어 분야 사업 확장
2000년대 MP3 플레이어는 CD 플레이어를 누르고 음악 소비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혁신적인 아이템이다. 현시점에서 'MP3'와 '혁신'이라는 말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이제는 MP3 플레이어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세대가 주요 음악 소비층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 당시에는 분명 MP3는 혁신적이었다.
음원 파일을 다운로드한 이후 MP3를 컴퓨터와 연결해 파일을 옮겨 담는다. 이 작업만 거치면 언제, 어디서나 음악 감상이 가능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MP3는 자취를 감추게 됐고, 당연히 음악 관련 애플리케이션 및 플랫폼들이 대중화됐다. 멜론을 시작으로 플로,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 등이 음악 소비문화의 중심이 된 것이다.
음악 소비문화는 C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에서 시작해 음악 관련 애플리케이션으로까지 급속도로 변화해 왔다. 그러나 음악을 듣는 습관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음원이나 가수의 이름순, 혹은 장르별, 폴더별 재생을 통해 음악을 즐겨왔다. 이 방식은 음악 감상 문화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시켰던 음악 재생 장치 '유성기'로부터 시작됐다.
1900년 전후 국내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유성기도 CD플레이어와 같이 SP(Standard Play)판, LP(Long Play)판에서 재생되는 음악을 순차적으로 듣기만 하는 방식이었다. 현재도 잘 바뀌지 않는 음악 소비문화는 100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토록 굳건하던 문화와 패러다임이 바꾸는 데 선봉에 선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음악에다 트렌드와 디테일, 감성을 더해 세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 소개할 인디제이(inDJ, 대표 정우주)가 그 주인공이다.
"BTS 음악 듣고 위로받았던 경험에서 비롯"
Z세대에 가까울수록 모두가 이용하는 플랫폼에서의 대중적인 경험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선호한다. 개인의 상황과 감정을 분석해 음악을 선곡해 주는 인디제이가 더 큰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토양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운이 좋아 잘 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 연구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 초 설립된 인디제이는 인공지능(AI) 혁신 거점 광주가 자랑하는 스타기업이다. 설립 2년 만에 주력 플랫폼이 애플 앱스토어 음악앱 부문 1위, 전체 순위 최상위권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스포티파이에 대적할 만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해서 사업을 하다 보니 성장하게 됐다’라는 스토리의 창업자들이 많다. 인디제이가 그런 케이스이다.
정 대표는 창업에 앞서 스탠퍼드 대학의 디스쿨(d.school)이라는 프로그램에 선정돼 교육을 받은 바 있다. 정 대표는 당시를 회고하며 "카페에서 BTS 음악을 들었는데, 위로가 됐다. 음악의 힘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그저 흘러나오는 대로 듣는 것이 음악이 아니라 감정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음악이라고 절감했다고 한다.
인디밴드 활동도 했었던 정 대표는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기술 개발에 몰입하기로 한 것. 그러던 중 1호 해외 유치 기업 자격으로 광주에 오게 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감정과 상황에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했고, AI 분석 기술도 고도화했다. 그 결과 수만여 가지의 복합적인 상황을 분석해 사용자의 감성을 저격하는 음악을 추천해 줄 수 있기에까지 이르렀다.
"취향저격 콘텐츠로 일상을 특별하게"…센서 데이터로 감정·상황 분석
기술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상황이라는 건 사용자의 상황을 의미하는데, 매우 복합적인 개인화된 상황까지 분석한다.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여러 가지 센서가 탑재돼 있다. 센서들에는 특정 값이 수집될 것이고, 이는 산발적으로 각 기기에서 활용된다. 숫자 값을 조합해 분석한다면 이용자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인디제이 기술의 핵심이다.
또 사용자의 집, 직장, 생활패턴 등도 분석해 준다. 음악 추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어떻게 방식으로 출근하는지, 평소 어떠한 운동을 하는지에 따라 듣는 음악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키워드인 감정의 경우 크게 두 가지 요소를 꼽을 수 있다. 리얼 타임 기반의 감정을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기술과 '콘텍스트(Context, 맥락)', 즉 감정을 분석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리얼 타임은 얼굴 인식,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생체 리듬을 분석하는 감정 분석 기술이다. 콘텍스트 감정 분석은 인디제이의 핵심 역량이 담긴 기술이다. 음악 데이터에 세부적인 감정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사용자가 해당 음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AI가 인식하고, 감정의 변화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종합해 보면 이용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파악해 위로와 즐거움, 안식 등 다양한 체험을 하게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미국에서 인정받고 세계로 나아가는 '인디제이'
최근 유튜브 뮤직, 아마존 뮤직, 스포티파이 등 각종 플랫폼에도 인디제이 애플리케이션 기능과 유사한 서비스가 탑재돼 있다. 얼핏 유사하게 보일 수 있으나 인디제이의 플랫폼은 완전히 다른 서비스라고 평가한다. 앞서 언급한 대형 플랫폼들의 경우 이미 분류가 되어 있는 음악을 동일하게 제공하는 '큐레이션' 방식이지만, 인디제이는 구체적인 상황과 감정을 개인화된 방법으로 학습한 모델을 제공한다.
개별 사용자 맞춤형 페르소나 AI를 생성하고 추천하는 독특한 기술에서 차이를 보인다. 공룡 기업들이 접근하지 못한 진일보한 방식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미국에서 일찌감치 인정받았고, 내년 초 열리는 CES 2024까지 포함해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광주 기업 가운데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성과다.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영하는 독립 소프트웨어 공급업체(ISV)로 선정돼 내년 7월까지 MS 공식 마켓플레이스 (Marketplace)에 기업과 기업 간(B2B) 제품을 등록하고 글로벌 기업과 제품 판매 및 기술 협력을 진행할 기회를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AI 분석 서비스 '제이든' 디자인은 '2024 독일 디자인 어워드(GDA)'를 받기도 했다. 국내 투자사, 해외 유수한 벤처캐피털에서 투자와 인수합병(M&A)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많은 AI 기업들이 기업가치 1조 원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노력 중이다. 인디제이도 그렇다. 업계에서는 '광주 AI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유니콘에 도달할 기업'으로 평가한다. 인디제이는 향후 상황과 감정, 인공지능, 헬스케어 분야에서 사업 다각화를 꾀할 방침이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 시장과 트렌드를 읽는 구성원들의 역량, 대표자가 사업을 바라보는 진정성, 기민하게 대응하는 민첩성. 유니콘을 바라보는 인디제이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