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Web3 실무형 컨퍼런스인 '서울메타위크 2025'가 진행됐다. 이에 국내외 AI 전문가들이 서울을 찾았다. AI 에이전트, AI 콘텐츠, 멀티모달 AI, 생성형 AI, 웨어러블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현장을 찾은 기업인들은 '신(新) AI 비즈니스'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G3) 도약을 목표를 내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선 시장의 흐름을 잘 읽고, 서비스로 잘 엮어내야 한다. 즉,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메타위크의 주요 연사들의 발언을 AI포스트(AIPOST)가 정리해 봤다. <편집자주>
AI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세돌 9단은 서울메타위크 2025에서 ‘인류를 위한 한 수 – AI를 마주하다’라는 주제로 1:1 특별 대담 세션에 참여했다.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유일한 1승을 거둔 인물이다.
특별 대담은 서울메타위크 기획 총괄을 담당한 나서정 크리스앤파트너스 대표가 진행했다. 먼저 나 대표는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이세돌 9단은 "당시 정말 충격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자리에 제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영광스럽다. 제가 없더라도 변화는 일어났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결과가 달라질까?'라는 나 대표의 질문에 이 9단은 "두 판은 이겼을 것 같다. 세 판부터는 어렵지만, 제가 이미 알파고를 알고 있었으니 조금 유리했을 것이다"라며 "1,2,3국을 패배하고 4국을 이긴 이유가 바로 약점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 9단은 "4국을 두면서 50수까지는 최대한 견디고, 50수에서 100수 사이에 승부를 걸자고 생각했다. 100수가 넘어가면 컴퓨터는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해 실수 없이 둘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운 좋게 작전이 맞아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신의 한 수'라고 불리는 78수에 대서도 언급했다. 이 9단은 "사실 그 수가 최선의 수는 아니었다. 68수쯤에 정수를 선택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두어선 알파고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인간과 대국할 땐 절대 두지 않을 수를 두어 버그를 일으키겠다는 일념으로 뒀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사람과의 대국에서는 정수에 입각한다. 흔히 말하는 꼼수는 통하지 않을뿐더러, 프로 기사로서 절대 두지 말아야 할 진행"이라며 "하지만 상대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버그를 일으키려 둔 건데, 20년 넘게 쌓아온 프로 생활의 정체성에서 굉장히 혼란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바둑을 '하나의 작품이자 하나의 예술'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알파고와의 대국'만큼은 예술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당시에만 할 수 있었단 '승부'였다. 그래서 버그를 일으키는 작전을 쓴 것이다"라며 "하지만 바둑은 무한하기 때문에 예술로서의 가치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 9단은 "알파고 리(AlphaGo Lee) 이후 '알파고 마스터'가 나왔다. 인간의 기보를 학습해서 거의 마스터한 것이다. 지금의 생성형 AI가 알파고 리 버전이라고 하면, 알파고 마스터가 오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달라진다. AI가 마스터 버전까지 발전했을 때도 과연 우리가 최종적인 판단을 가지고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9단은 "알파고 마스터 버전 이후 약 6개월 만에 '알파고 제로' 버전이 나왔다. 인간의 기보가 아닌 자기들끼리 대국하며 학습한 모델이다. 그리고 마스터가 제로에게 완패를 했다. 문제는 제로가 두는 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AI를 사용할수록 사고력이 저하될 수 있다'라는 우려에 대해 이세돌 9단은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오히려 편차가 더 커질 것이다. 판단 자체도 AI에 의존해 진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믿어버리기도 한다. 정보를 다시 검증하고 확인하고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은 함께 협력해서 나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협력하고 상생하며 나아가야 한다. 인간만이, 인간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그런 분야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분야들에 좀 집중하면 AI 시대에 대비하는데 도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TV조선과 크리스앤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토큰포스트와 인공지능 전문언론 AI포스트(AIPOST), 핀텔리가 공동 주관하는 서울메타위크 2025는 지난 6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서울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Auditorium)에서 열렸다.
AI포스트(AIPOST) 유진 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