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스케일AI, 1조 3600억 원 규모 투자금 유치
AI 반도체 업계 선도기업들 신규 투자자로 이름 올려
라벨링에 돈 모이는데…국내선 라벨러 처우 논란 지속

알렉산드르 왕(Alexandr Wang) 스케일AI 설립자(앞줄 왼쪽에서 첫 번째)와 스케일AI 직원들. (사진=accel)
알렉산드르 왕(Alexandr Wang) 스케일AI 설립자(앞줄 왼쪽에서 첫 번째)와 스케일AI 직원들. (사진=accel)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데이터 라벨링 기업 '스케일AI(Scale AI)'가 거액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아마존, 메타, 인텔, AMD 등 세계적 기업들이 주요 투자사로 이름을 올렸다.

스케일AI는 21일(현지시간) 10억 달러(약 1조 3,64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스케일AI는 140억 달러(약 19조 1,03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스케일AI가 집중하고 있는 데이터 라벨링은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을 의미한다. 최근 생성형 AI가 급부상하며 데이터의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라벨링을 통해 좋은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의 품질이 AI 모델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스케일AI의 투자 유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투자사들의 면모 때문이다. 아마존과 메타, 시스코, 인텔, AMD, 서비스나우, WCM, 일라드 길, DFJ 그로스(Growth) 등이 신규 투자사로 이름을 올렸고, 인덱스 벤처스, 와이 콤비네이터, 엔비디아 등 기존 투자자들도 투자에 참여했다. 

현재 AI 반도체 업계 패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신규 투자사로 포진했다는 평가다. 스케일AI의 주요 고객은 마이크로소프트, 토요타, GM, 메타, 미국 국방부, 오픈AI 등이다. 스케일AI는 최근 미국 국방부의 생성형AI 모델을 검증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T&E(Testing & Evaluation) 솔루션을 통해 생성형AI를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플랫폼 사업도 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왕(Alexandr Wang) 스케일AI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금을 통해 AGI로 향하는 길을 열어줄 풍부한 개척 데이터를 제공하는 작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IT 업계에서는 "최근 생성형 AI 등장으로 데이터 관련 이슈들이 주로 나오고 있고, 데이터의 중요성 또한 부각되고 있다"라며 "앞으로 더욱 더 양질의 데이터가 중요해질 것으로 본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데이터 관련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데이터 라벨링에 돈 몰리는데…국내는 라벨러 처우 논란 커지는 中

이처럼 세계적으로 데이터 라벨링 기업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일명 '데이터 라벨러'의 열악한 처우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택근무를 통해서도 돈을 벌 수 있어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데이터 라벨러를 부업으로 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았다. 

(사진=스케일AI)
(사진=스케일AI)

그러나 갈수록 노동 강도는 세지고, 임금이 생각보다 적은 탓에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이들도 속속 생겨났다. 더불어 프리랜서 자격으로 근무하는 라벨러들이 대다수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19일 데이터 라벨링 종사자가 프리랜서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첫 판정이 나와 화제가 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최 모씨가 국내 대표 데이터 라벨링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최씨 손을 들어줬다. 국내에서도 라벨링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노동자에 대한 처우도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I포스트(AIPOST) 조형주 기자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