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환 과학커뮤니케이터랩 대표의 현장 취재기
국내 대표 과학 유튜버·커뮤니케이터 지식인미나니

(사진=지식인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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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캐리어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을 때면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내 캐리어 속이 어떻게 보여질까', '노트북은 왜 꺼내라고 하는 걸까', '총기나 총알 등을 옷 속에 꽁꽁 숨겨도 탐지할 수 있을까' 등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을 찾아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해 보고, 해당 기관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도 알아봤다. 

먼저 보안 검색과 관련, 교통보안팀에서 직접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공항 보안 검색대를 지나기 위해서는 노트북을 꺼내야 한다. 물론 모든 국가의 공항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서 왜 노트북을 꺼내야 할까. 필자는 캐리어 안에 BB탄 가스총과 노트북을 넣고 검색대를 통과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 봤다. 노트북 하부에 총기를 숨겼지만, 총기의 형태가 고스란히 나타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옷, 노트북 기판 등은 모두 투과됐다. 총기는 자신의 옷가지 등으로 아무리 숨겨봤자 탐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한 연구원은 "총은 철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엑스선이 철 등 높은 원자번호를 가진 금속들에 투과가 될 때 반사되는 것보다 흡수되는 것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검출되는 엑스레이 신호가 적기 때문에 색깔로 검게 표시된다는 이야기다. 총기는 캐리어 안에 어떤 방법으로 숨겨도, 들킬 수밖에 없다. 필자는 밀도가 낮은 '칼'을 캐리어 안에 넣어봤다. 칼은 총기보다 한눈에 식별하기 어려웠지만, 수직·수평에서 촬영된 엑스레이를 통해 정확히 판독할 수 있었다. 

총기를 캐리어에 숨겨 검색대를 통과시킨 결과, 옷가지 등에도 불구하고 총기를 제대로 식별하는 점을 확인했다. (사진=지식인미나니)
총기를 캐리어에 숨겨 검색대를 통과시킨 결과, 옷가지 등에도 불구하고 총기를 제대로 식별하는 점을 확인했다. (사진=지식인미나니)
(사진=지식인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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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은 "최근 들어 노트북을 빼지 않아도 되는 공항들이 늘고 있다"라며 "전자기기들을 빼지 않아도 위해 물품을 찾을 수 있는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필자는 검색대에 사람이 들어간다면 어떻게 식별이 될 지도 궁금했다. 마네킹을 검색대에 통과시켰다. 유기물, 무기물 등이 분류되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사람이 통과하면 건강상 문제가 될 수 있어, 혹시나 이런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고 연구원은 조언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엑스레이보다 훨씬 강하다고 한다. 이어 종합 시험실도 방문했다. 실제 보안 검색 장비를 배치한 다음 수하물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면서 엑스선 검색 장비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그동안 전문 연구원들이 검색 화면을 보며 의심되는 것들을 판독했지만 앞으로 엑스레이 판독 이미지에 대한 머신러닝이 도입된다고 한다. 인공지능(AI) 분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서천센터는 항공 보안장비 시험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성능 인증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의 장비를 들여와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한 연구원이 원형 탐지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지식인미나니)
한 연구원이 원형 탐지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지식인미나니)

이런 시스템이 공항에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철도, 항구 등에 필요한 보안 및 안전 분야 시험 평가 기술 개발과 검증도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진행한다. 국내 여러 기업들의 검색 관련 장비들이 모인다고도 들었다. 우리가 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형 탐지기'부터 사람을 360도로 스캔하는 '원형 탐지기'의 기술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원형 탐지기는 금속 외의 물질들도 탐지가 가능하다. 엑스선이 아닌 밀리미터파를 활용해 인체 표면까지만 투과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엑스선과 달리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온도, 습도, 진동, 충격, 먼지, 염수 등 환경을 변화시키며 제품이나 부품의 내환경성 및 수명 수준을 확인하는 신뢰성팀도 취재했다. 여기서 신뢰성이란 주어진 기간 동안 주어진 조건에서 필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의 능력을 말한다. 

외부 진동에 제품이 파손되는 지에 대한 여부를 파악하는 실험. (사진=지식인미나니)
외부 진동에 제품이 파손되는 지에 대한 여부를 파악하는 실험. (사진=지식인미나니)

아주 더운 지방, 아주 추운 지방에서도 잘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이번에 항공보안장비시험인증센터를 운영하면서 기업들의 장비 성능 향상이나 현장 운용, 현장 환경에 대한 신뢰성 시험 등을 지원한다. 직접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국민들과 기업들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AI포스트(AIPOST) 이민환 과학커뮤니케이터랩 대표 skddl05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