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장 이후 IT 업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속속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전력 수급, 훈련 데이터 부족, 비용 부담 등 문제로 예상했던 것만큼 생성형 AI가 빠르게 일상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AI가 실제 생활에 가시적인 변화를 끌어내려면 적어도 3∼5년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휴머노이드 로봇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최근 미국 로봇 개발기업인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가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디짓(Digit)이 실제 물류 창고에 투입되기도 했다.
가속화되는 로봇의 상용화, 거대언어모델(LLM)의 비약적인 발전을 로봇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AI 로봇공학 기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올해 초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LLM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로드니 브룩스 교수는 "생성형 AI라는 과대 광고에 제동을 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인상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LLM을 평가하는 방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드니 브룩스 교수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성형 AI의 문제점은 특정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라며 "인간이 그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어떤 일에 대한 사람의 성과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AI와 LLM을 너무 유능한 기술로 보고, 말이 되지 않는 응용 프로그램에도 사용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로드니 브룩스 교수는 창고 로봇 시스템을 예로 들며 "LLM을 구축해 로봇에게 자연어로 알려주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누군가 제안했다"라며 "그러나 이는 생성형 AI의 합리적인 사용 사례가 아니다. 속도를 늦출 것이다. 창고 관리 소프트웨어에서 오는 데이터 스트림에 연결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다"라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를 개선해야 하고, 실제 활용해야 할 곳과 하지 말아도 될 곳을 구분해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로드니 브룩스 교수는 "주문이 1만 건이고, 2시간 안에 배송해야 하는 경우 이에 맞게 최적화를 해야 한다"라며 "언어는 도움되지 않는다. 속도가 느려질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LLM 기술이 항상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로드니 브룩스 교수는 아이패드를 예로 들며 "과거 스토리지 크기가 2017년쯤에는 160TB의 저장 공간을 갖출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라며 "실제 256GB, 160GB로 제공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LLM의 경우 특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 돌봄 로봇으로 활약할 수 있음을 그는 인정했다.
로드니 브룩스 교수는 "창고에서는 개별 로봇에게 '한 번의 주문으로 한 가지를 가져와'라고 말하는 것이 유용하지 않다"라면서 "그러나 사람들이 로봇에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가정이나 노인 돌봄에 유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I포스트(AIPOST) 조형주 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