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 (사진=Rare Book Auctions)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 (사진=Rare Book Auctions)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은 컴퓨터의 아버지 또는 인공지능(AI)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앨런 튜링의 논문이 다음 달 영국에서 열리는 경매시장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앨런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전쟁의 승리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의 개념을 다룬 앨런 튜링의 논문은 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특히 논문에서 제시한 인간과 AI의 대화 실험 '튜링 테스트'는 현재도 AI의 성능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그럼에도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화학적 거세형을 받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수모를 견디지 못한 앨런 튜링은 1954년 청산가리에 적셔진 사과를 베어 물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상을 변화시키기 시작하면서 앨런 튜링의 업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튜링이 1930년대에 작성한 논문 컬렉션이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 아버지' 튜링의 논문이 어떤 사연으로 영국의 경매장에 나오게 된 걸까. 

앨런 튜링의 논문. (사진=Rare Book Auctions)
앨런 튜링의 논문. (사진=Rare Book Auctions)

BBC 등에 따르면 영국의 희귀 도서 경매회사는 6월 17일 영국 스태포드셔에서 열리는 경매에 앨런 튜링 논문 컬렉션이 나온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논문들이 원래 튜링의 친구이자 동료 수학자였던 노먼 라우틀리지에게 선물로 주어졌던 문서라고 설명했다. 

튜링의 논문을 보관하던 라우틀리지는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났다. 라우틀르지의 가족들 중 한 명이 런던 버몬지에 자리한 라우틀르지의 자택에서 튜링의 논문을 발견하고, 이를 챙겼다. 이후 몇 년 동안 튜링의 논문은 한 가정집의 다락방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러다 라우틀르지의 한 조카는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논문 컬렉션을 다시 발견했고, 당시 모든 문서를 파쇄할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튜링 논문들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조카는 경매 회사에 튜링 논문 컬렉션을 감정받았고, 논문의 진가를 알게 됐다. 

경매 책임자 짐 스펜서가 앨런 튜링의 문서를 들고 있다. (사진=Rare Book Auctions)
경매 책임자 짐 스펜서가 앨런 튜링의 문서를 들고 있다. (사진=Rare Book Auctions)

감정 결과 이 논문들은 별쇄본으로 극히 소수만 제작돼 동료 학자들에게 배포됐기 때문에 시중에 거의 나오지 않는 희귀한 자료로 평가됐다. 대표적으로 1938년 또는 1939년에 작성된 박사 학위 논문은 튜링의 서명이 포함돼 있다. 경매회사는 해당 작품이 4만 파운드(약 7400만원)에서 6만 파운드(약 1억 110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1936년 또는 1937년에 발표된 '계산 가능한 숫자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또 다른 논문은 '범용 컴퓨팅 기계'라는 개념을 세상에 소개한 논문이다. 해당 논문의 가치도 4만 파운드에서 6만 파운드로 평가됐다. 

이 컬렉션에는 튜링의 어머니 에델이 1956년 5월 16일에 보낸 편지도 포함돼 있다. 경매 책임자인 짐 스펜서는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이 논문들은 학술적 포장지의 색상이 그대로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라며 "컴퓨터 과학과 현대 디지털 컴퓨팅의 기초를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