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민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
이달 9∼1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는 인공지능(AI)으로 시작해 인공지능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뷰티부터 자동차, 가전 등 모든 산업에 AI가 접목됐고, 미래 라이프를 바꾸는 신기술들의 향연이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성과가 매우 돋보였다.
뷰티테크 시대 견인하는 로레알 기조연설 '눈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이번 CES 2024 참가 기업 수는 150여 개국 4,300여 곳에 달한다. 지난해(3200여 개)보다 34% 증가한 수치다. 참가국 중에는 중국 기업이 1100여 곳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를 비롯 현대자동차, SK, LG, HD현대 등 76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많다.
CES 2023에서는 농업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존 디어가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올해 기조연설은 로레알 CEO가 맡았다. 참고로 로레알은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이다. 로레알 CEO는 세계인들 앞에서 삶을 개선하는 포용적 뷰티 테크의 비전을 공유했다. CES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한 최초의 뷰티기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당연히 혁신상도 수상했다. 차세대 헤어드라이어 에어라이트 프로를 공개했다. 이는 모발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해 주고 직모와 곱슬 등 다양한 모발에 최적화된 열 흐름으로 모발을 빠르게 건조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다. 그간 인공지능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던 분야에서 AI 기술을 들고 나왔고, 혁신상에다 기조연설까지 진행한 점은 매우 의미가 깊다.
모든 산업에 스며든 AI, CES 2024 주인공으로 우뚝
CES 2024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모든 산업에 AI가 접목됐고, 흥미로운 기술들이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에도 AI 기술과 챗봇이 탑재되고 있다. 일방적이고 수동적이었던 목적지 설정 기능도 바뀌었다.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목적지로 향할 수 있다. 쇼핑에도 AI 챗봇이 도입됐다. 월마트는 이용자들이 특정 용도별로 상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돕는 챗봇을 소개했다.
'축구 관람 파티'에 필요한 제품을 찾아주라는 요청을 했을 시 감자칩, 치킨, 음료, 90인치 TV 등 이와 관련한 카테고리를 제시한다. LG전자는 AI를 '공감지능'으로 재정의했다.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은 "우리의 초점은 AI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변화를 일으켜 고객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하는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나란히 AI 반려 로봇인 '볼리'와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일상의 진화를 선보인 셈이다. 볼리는 삼성전자의 첫 생성형 AI 탑재품이다.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맞춤형 케어 제품이 다수 출시됐다. 국내 기업 인바디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재를 넘어 미래의 체성분 변화를 알리는 제품을 선보였고,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소비자 일상생활에 확대되는 로봇 기술을 선보였다.
AI 비서 '생성형 AI'가 차량에 탑재된다면?
LG전자는 호텔과 리테일 매장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제품을 시연했고,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팔 기반의 자원 재활용 솔루션을 공개해 혁신상을 수상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놀라운 기술들이 공개됐다. 구글은 차량 AI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차량과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통합제어 시스템을 시연했다. 아마존도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차량 및 운행과 관련 복잡한 질문에도 답할 수 있는 차량 AI 비서 모델을 내놨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57인치 필러투필러 LCD'도 큰 관심을 받았다. 운전석 모양을 옮겨놓은 듯한 전시품에는 운전석부터 조수석을 가로지르는 대시보드가 설치돼 있었다. 길고 커다란 화면 덕분에 운행 정보는 물론 영화·게임 다양한 콘텐츠까지 고화질로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이 제품은 단일 패널 기준 세계 최대 크기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구현의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옥사이드(Oxide)'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LG는 50인치대 크기를 위한 옥사이드 LCD 기술 개발을 완료해 올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외에도 기억에 남는 기술들이 다수 존재한다. 엔비디아는 로봇과 생성형 AI의 결합을 통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같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도 로봇을 쉽게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챗GPT를 동작시킬 때 사용하는 프롬프트처럼 자연어로 명령을 내리면 로봇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세계인 푹 빠진 'K-엔터테인먼트·탄소중립'
롯데는 자회사 칼리버스와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공개했다. ‘칼리버스’는 쇼핑,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등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하고 독창적인 상호 작용 기술을 접목해 만든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3D 아바타의 키, 체형, 눈 크기, 미간, 코 높이 등 개인에 취향에 맞게 섬세한 설정이 가능한 아바타 개인화는 물론 건물에 반사되는 빛 묘사까지 초현실적으로 구현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아이돌, DJ와 같은 아티스트는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모습 그대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다른 사용자들과 함께 공연을 펼칠 수 있다. 향후 쇼핑, 콘서트, 팬 미팅, 교육, 면접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도 주요 키워드이다. SK그룹은 넷제로(Net Zero)에 초점을 맞춰 놀이동산을 운영했다. 테마파크 콘셉트의 전시관을 꾸리고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인공지능(AI)과 탄소감축 기술을 놀이기구에 녹여내 관람객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지름 6m의 대형 구체 LED '원더글로브'(Wonder Globe)의 화려한 영상과 수소연료전지로 운행하는 기차 '트레인 어드벤처', 도심항공교통(UAM)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매직 카페트' 등 콘텐츠가 CES 2024 기간 내내 인기몰이를 했다. 나흘 간 6만 명이 몰렸을 정도이다.
한국판 CES 기대 크다
이번 CES에서는 유독 재계 총수들과 경영진들의 참석이 이목을 끌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개막 첫날부터 자사 부스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 부스를 돌며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전시를 둘러봤다. 최 회장은 "AI는 이제 시작하는 시대이며, 어느 정도 임팩트와 속도로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국내 비(非)가전업체로는 처음으로 CES 기조연설에 나선 데 이어 개막일부터 직접 부스에서 VIP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까지 맞이하며 육상 비전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등도 주요 부스를 둘러보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CES 현장을 찾았다. 박람회에 참석해 서울관을 둘러본 뒤 '서울 스마트 라이프 위크'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서울에 오면 최첨단 라이프 스타일을 의식주부터 뷰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며 "스마트 라이프 전시회를 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포부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모든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를 다니며 기술을 홍보하고, 교류를 하기는 쉽지 않다. 더불어 CES에만 기업들과 기술이 집중되라는 법은 없다. 서울에서 CES만 한 기업, 기술, 소비자 중심의 전시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10월 열리는 '서울 스마트 라이프 위크'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매스미디어 활동 이력
현) AI 전문언론 'AI포스트' 고정 칼럼진 [송태민의 IT온에어]
현) KBS 2TV 해 볼만한 아침 [미래먹거리연구소]
현) KBS 1라디오 오늘아침1라디오 [또 다른세상 IT]
현) TBN 김경식의 으라차차 [미래모빌리티의 모든 것]
전) KBS 1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 [IT 따라잡기]
전) KBS 2TV 차정인기자의 T-Time 등 다수 코너지기
주요 이력
▲ 現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
▲ 現 열린인공지능 출판사 대표
▲ 現 한국예술원 특임교수
▲ 前 SK디스커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前 LG유플러스 IoT 신사업발굴 책임
▲ 前 어비팩토리 대표
▲ 前 SK플래닛 UX designer
▲ 前 현대 엠엔소프트 TDX 디자이너
▲ 前 SK커뮤니케이션즈 신사업팀
주요 저서
▲ 인간이 지워진다(AI 시대, 인간의 미래) <메디치미디어> 2023
▲ 모든 명언의 시작, CLOVA X <열린인공지능> 2023
▲ 챗GPT 마스터 기술 <열린인공지능> 2023
▲ 숏폼으로 브랜딩하다 <21세기북스> 2021
▲ Hybrid Offline Business <출판사아님> 2021
▲ O2O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한스미디어> 2016
▲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0.9 <한빛미디어> 2015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를 위한 웹표준 <제우미디어> 2009 등 50여 권 집필
AI포스트(AIPOST) 송태민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 blackpeachlove@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