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지식인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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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수소산업 전시회인 ‘H2 MEET 2024’가 최근 막을 내렸다. 4만 1000여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현장을 다녀갔다. 실제 필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소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H2 MEET는 그 규모가 더욱 확대돼 300개 이상의 국내외 기업이 참가했다. 'Mobility + Energy + Environment + Technology'라는 의미를 담은 이번 전시회는 단순히 수소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꾸며졌다. 

먼저 눈길을 끈 건 현대차, 고려아연, 코오롱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부스였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부스에서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최신 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만난 담당자에게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지식인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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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담당자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이 시스템은 배출가스가 전혀 없고, 부산물로는 순수한 물만 나옵니다."라고 설명했다. 효율도 최대 62%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이 외에도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적용되는 다양한 수소 사업 기술을 선보였다. 

전시된 충주와 당진의 자원순환 수소 생산시설 모델도 흥미로웠다. 충주의 시설은 폐기물을, 당진의 시설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한다고 한다. 이는 자원순환 경제의 좋은 예시로 보였다. 충주 시설의 경우, 연간 60톤의 수소와 7,700M³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폐기물이 전처리를 거쳐 바이오가스로, 다시 고순도 메탄가스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수소로 변환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당진 시설은 더 큰 규모로, 연간 2.3만 톤의 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고온에서 가스화하고, 이를 다시 수소로 전환하는 과정이 과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웠다.

실제 전시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살펴보니, 그 구조가 매우 정교했다. 수소공급시스템, 연료전지 스택, 공기공급시스템, 열관리시스템, 전력분배유닛 등 각 부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연료전지 스택은 수많은 셀로 구성되어 있어, 그 복잡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지식인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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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과 현대자동차의 협력 사례도 인상적이었다. 2024년 8월부터 공항 내에서 수소버스, 수소 화물 운송차, 수소 청소차 등이 운영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공항의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캘리포니아 항만의 'NorCAL ZERO' 프로젝트도 소개됐다. 

현대자동차가 공급하는 수소 전기트럭들이 항만의 물류 체계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현대제철의 부스에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전시물은 단연 '2050 탄소 중립 로드맵'이었다. 이 로드맵은 철강 산업, 특히 제철 공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단계별로 제시하고 있었다. 

현대제철의 연구원은 "현재 대부분의 제철소에서는 고로(Blast Furnace) 공정을 사용합니다"라며 "이 공정에서는 철광석과 코크스(석탄을 고온에서 처리한 것)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지식인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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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철강 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9%를 차지할 정도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이다. 이어 연구원은 "2030년까지의 중기 전략은 FSEAF(Furnace Smelting Electric Arc Furnace)와 기존의 고로를 결합한 복합 공정을 도입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복합 공정은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고철을 전기로에서 녹여 철을 생산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남은 철광석을 기존의 고로 공정으로 처리한다. 이와 관련 연구원은 "이렇게 하면 전체적인 탄소 배출량을 약 20% 줄일 수 있습니다"라며 "전기로 사용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이면 더 큰 감축 효과를 볼 수 있죠"라고 강조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2050년까지의 장기 비전이었다. "궁극적인 목표는 수소를 활용한 직접 환원 철(DRI: Direct Reduced Iron) 공정과 Hy-Arc라는 새로운 개념의 전기로를 도입하는 겁니다."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DRI 공정은 철광석을 녹이지 않고 고체 상태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이 과정에서 천연가스를 사용했지만, 현대제철의 계획은 이를 수소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연구원은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하면, 부산물로 물만 나오게 됩니다"라면서 "이렇게 만들어진 직접 환원철을 Hy-Arc라는 새로운 전기로에서 정제하면, 기존 대비 탄소 배출을 9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 혁신적인 공정을 현대제철은 'Hy-Cube(Hyundai Hydrogen Hybrid)'라고 부른다. Hy-Arc 전기로는 기존 전기로 기술과 새로운 기술을 융합해 고품질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쉽지 않다고 본다. 

(사진=지식인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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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환원 제철의 가장 큰 과제는 대량의 그린 수소 확보인데, 새로운 공정에 맞는 설비 개발, 기존 공정과의 호환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전시회에서는 수소 저장 기술의 발전도 눈에 띄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와 산업용 고압 압력용기의 핵심 부품인 탄소섬유 토우프레그(Tow Prepreg)와 이를 적용한 수소 탱크가 주목을 받았다.

한 기업의 54L 수소 탱크는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핵심 부품으로, 승용차에 사용되는 고압 수소 저장 탱크이다. 탄소섬유 복합재로 제작되어 높은 강도와 경량성을 자랑하며, 가벼우면서도 높은 압력에 견딜 수 있어 차량의 연비 향상과 효율적인 수소 저장을 가능하게 했다.

(사진=지식인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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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 토우프레그는 한 가닥의 탄소섬유에 일정한 비율의 수지를 미리 함침시켜 놓은 형태의 중간재로, 필라멘트 와인딩 공법을 통해 고성능 복합재를 제작할 때 사용된다. 이 첨단 소재는 고압 수소탱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수소연료전지 차량의 수소탱크에 적용될 경우, 안전성과 성능을 동시에 높여줄 수 있다.

H2 MEET 2024를 둘러보며, 수소 경제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수소를 활용한 혁신적인 기술들이 이미 실현되고 있었고, 이는 우리의 일상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특히 철강 산업과 같이 전통적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분야에서도 수소를 활용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탄소 중립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기술과 전략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목표임을 보여준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자원순환을 통한 수소 생산, 수소 저장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발전은 수소 경제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력을 잘 보여줬다. 

(사진=지식인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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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과학기술의 혁신이 환경 문제 해결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소 산업의 발전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열쇠로 여겨진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 기술 확보, 수소 인프라 구축, 관련 법규 및 제도 정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연구기관, 그리고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일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기업들의 노력이 만나 만들어내는 수소 경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H2 MEET 2024는 그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수소 산업의 발전이 우리의 삶과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본 수소 기술의 현주소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다가와 있었으며, 이는 더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희망찬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AI포스트(AIPOST) 이민환 과학커뮤니케이터랩 대표 skddl05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