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 킴(Cleo Kim). (사진=케이리즈갤러리)
클레오 킴(Cleo Kim). (사진=케이리즈갤러리)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드는 시대다. 클릭 몇 번이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만드는 'AI 작품'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AI 창작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진정한 AI 작가는 누구일까. <편집자주>

케이리즈갤러리(대표 김현정)와 다양한 AI작가들은 지난해부터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기존 예술 작품을 참고해 AI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닌 원작자에게 허가를 받은 작품을 기반으로 AI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초의 사례다. '허가받은 창작'이라는 혁신적 시도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이들을 '국가대표 AI 작가'라 부를 만하다. AI 작가들은 단순히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결과물을 기다리지 않는다. 몇 날 며칠을 '원하는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프롬프트를 연구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더불어 이안 로버트슨(Iain Robertson)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전 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 학장)와 교수와 김현정 대표에게 '색채와 구도', '서사와 연출' 등 예술의 기초를 배운다. 이에 AI 작가들은 최근 개인전을 진행한 펠리즈 박(Feliz Park) 작가와 다양한 순수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미적 언어를 구축해 가고 있다.

기술의 편리함에 안주하지 않고 예술적 책임감을 갖춘 이들의 작업 과정을 들여다보면, 미래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 허가받은 창작, 그리고 예술적 기초 위에 세워진 AI 작품들. 인공지능 전문언론 AI포스트(AIPOST) 취재진은 이들이 제시하는 창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나보고자 한다.

(사진=케이리즈갤러리)
(사진=케이리즈갤러리)

AI포스트 취재진은 서울 삼성동에 자리한 케이리즈갤러리에서 만난 AI 작가 'RMRL+ICANDOIT’(클레오 킴·Cleo Kim)'을 만났다. AI 작가가 된 계기, AI 작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RMRL+ICANDOIT’ AI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을 만들며 특별히 신경썼던 부분은.

A. 펠리즈 박은 자폐 1급 진단을 받은 작가다. 자신 만의 언어로 세상을 표현하고 소통한다. 펠리즈 박 작가의 작품에서는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디테일한 표현이 남다르다. 이와 동시에 펠리즈 박 작품에서 어머니의 헌신도 보였다.

언제나 작가와 함께 다니면서 매니저, 플래너, 디렉터 역할을 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의 어머니를 비롯 모든 어머니들이 떠올랐다. 이러한 어머니의 모성애를 접목해 보고 싶었다.

Q. 펠리즈 박 작가의 작품을 기반으로 AI 작품을 만드는 이번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했다. 그동안 자폐인이나, 장애인을 돕는 활동을 해왔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내가 그들을 돕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행복해서 한 일이기 때문에 결국 내가 도움을 받았다고 본다. 김현정 대표는 이번과 같은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클레오 킴(Cleo Kim). (사진=케이리즈갤러리)
클레오 킴(Cleo Kim). (사진=케이리즈갤러리)

김현정 대표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됐고, AI라는 붓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AI는 본인이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도와주는 하나의 툴이다. 시간을 조금 절약해 준다고 하지만, 사실 실제로 해보면 그렇지 않다.

아티스트가 되려면 본인만의 세계관도 반영해야 하고,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AI가 다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막상 하다보니 AI 작품도 결국 인간이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Q. 한국과 상해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다. 건축 분야의 전문성이 이번 프로젝트에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A. 건축은 종합 예술이다.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은 종합 예술을 이해해야 한다. 저는 펠리즈 박 작가의 원작을 재해석한 시네마틱 아트 드라마 'MAMAN: 그리움은 2D, 꿈은 3D'를 만들었다.

직접 작품을 보시면 제가 가진 건축적 전문성과 노하우, 경험들이 녹여져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참여하며, 어떤 일이든 버릴 게 없는 것이라는 점을 느꼈다. 작가의 세계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 작품 제작 기간은.

A. 케이리즈 갤러리 김현정 대표가 모든 AI 작가들을 지도했다. 작가들이 시나리오를 쓰고, 김현정 대표가 검토, 수정했다. 이 과정이 굉장히 길었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시나리오를 이미지화 했고, 비디오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쳤다.

클레오 킴(Cleo Kim). (사진=케이리즈갤러리)
클레오 킴(Cleo Kim). (사진=케이리즈갤러리)

프롬프트를 입력해도 원하는 대로 나오는 법이 거의 없다. 프롬프트를 지속 수정해야 한다. 시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포함, 준비 과정도 꽤 오래 걸렸다. 기획부터 출품까지 수정 작업도 수차례 거쳤다. 내 눈에만 보이는 티끌 하나도 수정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Q. AI 작가, AI 예술가를 꿈꾸는 분들이 많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AI에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AI 이미지를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AI 비디오를 만드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AI로 작품을 만들거나,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만의 세계관이 있어야 한다.

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꼭 알고 뛰어들었으면 한다. 아티스트가 되려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고,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Q. AI 영상을 잘 만드는 비결이 있나.

A. 우선, 영상의 기반이 되는 이미지를 잘 만들어야 한다. 보통 아티스트들을 수십 개의 AI 툴을 다룬다. 툴도 여러 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가 탄탄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이미지가 좋아야 영상도 잘 나온다. 이미지가 엉망이면 프롬프트만으로 보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영상을 만들 때 첫 번째 이미지와 마지막 이미지를 모두 잘 제공해야 한다. 1초부터 5초 사이에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삽입하고, 생성을 해야 한다. 포토샵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클레오 킴(Cleo Kim). (사진=케이리즈갤러리)
클레오 킴(Cleo Kim). (사진=케이리즈갤러리)

Q. AI로 만든 작품이 대중에게 공개됐을 당시 반응은 어땠나.

A. 제 작품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 K-POP광장에 위치한 대형 LED 화면과 트레이드타워 로비에서 상영됐다. 큰 스크린에 작품이 나오니 기분이 묘하긴 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분들이 'AI로 이런 것도 되는 군요'라고 말씀하실 때 기분이 좋았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A.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확장해서 국제적인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예를 들어 제가 가진 인적 자원들이 많다. 이안 로버트슨 교수와 케이리즈 갤러리와 함께 AI 아트, AI 교육 등을 추진하고자 한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