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의 개입 없이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인공지능(AI) 수술 로봇이 등장했다. 인간 외과의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과는 외과의사 못지않았다고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의료용 AI 'SRT-H'를 탑재한 수술 로봇이 돼지의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 8건을 완벽하게 수행했다고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자율 수술 로봇은 의사가 원격에서 조종하던 기존 수술 로봇과 다르다. 수술 영상을 통해 훈련된 로봇이 인간의 도움 없이 담당 제거 수술을 수행했다. 로봇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숙련된 외과의사처럼 대처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실제 환자 치료라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임상적으로 실행 가능한 자율 수술 시스템에 훨씬 더 가까워지게 됐다"라고 자평했다.
연구진은 특정 담관과 동맥을 식별한 뒤 각각 클립을 부착하고 담낭관을 절단하는 등의 17단계에 이르는 수술 과정을 로봇에 학습시켰다. 이에 SRT-H는 존스홉킨스 외과의들이 돼지의 담낭을 수술하는 영상을 시청하며 담낭 수술 방법을 학습했다.
연구팀은 각 동작을 설명하는 자막을 통해 시각적 훈련을 강화했다. 수술 로봇이 실수를 할 때는 연구팀이 자연어로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에 챗GPT와 동일한 머신러닝 아키텍처로 구축된 SRT-H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음성 명령에 반응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왼팔을 왼쪽으로 조금 움직여" 등의 지시에 즉각 반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상을 시청한 후, 로봇은 총 8건의 수술을 100%의 정확도로 수행했다.
로봇이 인간 외과의보다 작업을 수행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결과는 전문 외과의와 비슷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공동 저자인 존스홉킨스대학교 외과의 제프 조플링은 "외과 레지던트들이 수술의 각 부분을 각기 다른 속도로 익히는 것처럼, 이 연구도 유사하게 모듈화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자율 로봇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복잡한 수술 절차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모방 학습 프레임워크는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매우 높은 수준의 견고성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인간의 행동을 학습하고 모방하는 방식의 로봇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연구팀은 해당 모델을 사용하면 로봇이 모든 유형의 수술 절차를 빠르게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 대학 조교수인 악셀 크리거는 "바늘을 떨어뜨리면 자동으로 집어 올려 수술한다. 가르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봇의 기술력이 더욱 발전하면 의료사고를 줄이고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포스트(AIPOST) 유진 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