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타일공으로 근무하던 김 모씨(35)는 최근 지방 소도시로 이주해 타일·인테리어 업체를 차렸다. 김 씨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5년간 다녔던 회사를 나왔다.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을 보며 그는 사무실에서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몸 쓰는 현장직의 수명이 더 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숙련된 타일공이었던 지인을 따라 김 씨는 3년간 타일 시공 현장을 다니며 기술을 배웠다. 그는 몸이 고되지만 사무직보다 수입이 많아 항상 즐겁게 일을 배웠다고 한다. 김 씨는 "회사를 다닐 때보다 2배 가량 벌고 있다"라며 "특히 육체노동이기 때문에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전했다.
취업난이 지속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블루칼라' 직업에 대한 젊은 세대의 수요가 늘고 있다. AI에 일자리를 뺏길 위험이 더 낮다는 이유로, 배관공·용접사·타일공 등 현장 기술직이 유망한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구직자들이 높은 연봉, 안정성 등을 이유로 블루칼라 직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603명을 대상으로 ‘연봉 7000만원 교대근무 블루칼라’ vs ‘연봉 3000만원 야근 없는 화이트칼라’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블루칼라'를 선택한 비중이 58%로 과반을 넘어섰다.
또한 블루칼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3%가 ‘블루칼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답변했으며, ‘보통이다’가 30%, ‘부정적이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7%에 불과했다. 블루칼라 직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주된 이유는 ‘연봉이 높아서(67%)’였다.
또 ‘기술을 보유해 해고 위험이 낮아서(13%)’, ‘야근·승진 스트레스가 덜해서(10%)’, ‘빠르게 취업할 수 있어서(4%)', ‘인공지능(AI) 대체 가능성이 낮아서(3%)' 등의 의견도 있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블루칼라'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레주메빌더(ResumeBuilder)가 14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약 42%가 현재 블루칼라 직업을 갖고 있거나, 블루칼라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젊은 세대가 블루칼라 직업을 기피해 왔다.
이는 대학 졸업장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사회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블루칼라 선호도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AI에 의한 화이트칼라의 직무 대체 및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직으로 대표되는 화이트칼라는 블루칼라 현장직보다 AI 직무 대체 위험이 약 5.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직무 노출도가 향후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대부'이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AI 일자리 문제와 관련, "창의적인 산업이나 지식 노동 분야가 언급이 많이 되는 것으로 안다. 내 생각엔 배관공이 대체 위험이 적을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AI 도시 광주에서 용접사로 근무하고 있는 임 모씨(32)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매년 경력이 쌓인다. 짤릴 위험 없이 숙련자가 된다. 사무직과 크게 다른 점이다"라며 "AI가 현장 기술자들에게 도움이 될 순 있지만, AI가 그 일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