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과학기술의 ‘혁신 실패’ 원인, 제도와 사회구조를 통해 밝히다"

왼쪽부터 GIST 인문사회과학부 김동혁 교수,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허승철 명예교수. (사진=GIST)
왼쪽부터 GIST 인문사회과학부 김동혁 교수,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허승철 명예교수. (사진=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인문사회과학부 김동혁 교수(융합교육 및 융합연구센터장)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허승철 명예교수가 미국의 과학사학자 로런 그레이엄(Loren Graham)의 명저 ‘Lonely Ideas: Can Russia Compete?’(MIT Press, 2013)를 공동 번역해 출간했다고 밝혔다.

번역서는 GIST의 대학 출판부 ‘지스트 프레스(GIST Press)’를 통해 ‘고독한 아이디어들: 과학 강국 러시아는 왜 혁신하지 못했나?’라는 제목으로 10월 30일(목) 발간됐다.

이 책은 러시아가 수많은 ‘세계 최초’ 기술과 발명 성과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를 산업적 성과로 연결하지 못했는지를 깊이 탐구한 저작이다. 제목 ‘고독한 아이디어들(Lonely Ideas)’은 지난 300년 동안 창의적 발명은 넘쳐났지만 그것이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한 러시아의 역설을 상징한다. 저자는 과학기술 발전이 단지 개인의 창의력이나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제도적 환경의 산물임을 강조하며 ‘국가의 혁신 없이는 기술의 혁신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로런 그레이엄은 러시아 기술 발전의 역사가 ‘성취와 침체가 교차하는 단속적 주기’를 보여주었다고 진단한다. 그는 혁신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한계에서 찾지 않고, 관료주의와 제도적 비효율, 사회적 태도 등 구조적 요인에서 찾는다. “탁월한 아이디어만으로는 혁신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그의 통찰은 기술 발전이 사회·경제적 환경의 혁신과 제도적 개혁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고독한 아이디어들: 과학 강국 러시아는 왜 혁신하지 못했나? 책 표지. (사진=지스트)
고독한 아이디어들: 과학 강국 러시아는 왜 혁신하지 못했나? 책 표지. (사진=지스트)

이 책은 단순한 과학사 연구를 넘어, 혁신의 본질이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에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과학기술의 역사는 ‘탁월한 아이디어만으로는 혁신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례이며, 그 교훈은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과학기술 정책에도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고독한 아이디어들’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전구, 증기기관차, 반도체, 컴퓨터 등 다양한 발명 사례를 통해 러시아 과학기술의 성공과 좌절의 역사를 짚고, 이를 통해 현대의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성찰하도록 이끈다.

GIST 김동혁 교수는 냉전사와 러시아·동유럽 현대사, 과학기술 교류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로, 소련의 수리경제학과 과학정책, 국제 지식교류를 중심으로 러시아 과학의 구조적 한계를 냉전 지식체계의 관점에서 재조명해 왔다.

그는 역사·경제·과학의 경계를 넘는 융합적 연구를 통해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있으며, 이번 번역서에서도 러시아 과학기술사의 맥락을 현대적 시각에서 충실히 해석해 원서의 내용을 깊이 있게 전달했다.

허승철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슬라브·우크라이나 연구의 개척자로, 러시아·동유럽 지역 연구에서 학문적 깊이와 외교적 경험을 겸비한 대표적 석학이다.

하버드대 러시아연구소와 우크라이나연구소에서 연구한 뒤 고려대학교에서 러시아·슬라브학 연구를 이끌었으며, 주우크라이나 대사(조지아·몰도바 겸임)로 활동한 바 있다.

AI포스트(AIPOST) 유진 기자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