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봉한 영화 '아이리시맨'은 장기 미제 사건의 대명사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그려낸 넷플릭스 영화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의 재회로 제작단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작품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관객들에게 더 주목받았던 건 자연스럽게 재현된 명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이었다. 아이리시맨은 디에이징(de-aging) 기술로 배우들의 30대부터 80대까지 50년 동안의 얼굴을 실제 모습처럼 구현해 냈다.
인공지능(AI) 기반 시각 특수 효과 기술을 활용한 덕분이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기술이 아니었기 때문에 명배우들의 젊은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더 많은 제작비를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표정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시키고, 원하는 대로 합성하는 데 인간의 손을 더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리시맨을 다시 제작한다면 어떨까. 이와 관련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는 "AI가 할리우드 예산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랜도스 CEO는 최근 WTF 팟캐스트에 출연해 AI가 시각 효과 비용을 절감하는 데 큰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리시맨이 약 3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디에이징 기술을 사용했다"라며 "오늘날 우리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그 영화를 더 잘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이리시맨 제작을 위해 넷플릭스는 1억 5900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서랜도스 CEO는 비용 절감을 통해 더 다양한 창작자가 블록버스터급 예산이 없이도 더욱 야심찬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도구들은 시각 효과 도구,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유사해 질 것이다"라며 "이 도구들을 사용하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랜도스 CEO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서랜도스 CEO는 "AI가 오늘날 하는 일은 상상력의 정반대이다"라며 "AI는 우리가 제시하는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가장 예측 가능한 결과를 제공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랜도스 CEO가 AI에 대한 견해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랜도스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시나리오 작가와 같은 할리우드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서랜도스 CEO는 "AI보다 인간에 대한 더 큰 믿음을 갖고 있다. 정말 그렇다"라며 "AI 프로그램이 위대한 작가보다 더 나은 시나리오를 쓰거나 훌륭한 공연을 대체하거나, 혹은 우리가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서랜도스 CEO는 "인공지능이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AI를 잘 쓰는 사람이 당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라며 기술 발전이 자연스러운 변화의 일부임을 인정했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