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만 해도 업계에선 급속도로 발전한 인공지능(AI) 코딩 도구들 때문에 개발자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가 됐다. 개발자 채용 시장에서 초급과 고급 인력 선호도의 양극화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내 한 AI 개발사 CEO는 "초급 개발자를 여러 명 뽑아서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다. 그러나 2~3년 안에 퇴사하는 인원들이 많기 때문에 채용을 기피하게 된다.
또 기존 인력들도 코딩 도구가 발전하며 일정 수준의 개발이 가능해혔다. 결국 고연봉의 고급 개발자 한 명을 뽑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주요 빅테크들이 고급 AI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해 부단히 뛰고 있다. 이에 고급 AI 인력들의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AI 엔지니어들의 1년 급여는 300만~700만 달러(약 40억 8000만원~95억 3000만원) 수준으로, 2022년 대비 50% 가량 급등했다. 일부 최고 AI 엔지니어들의 경우 1000만 달러(약 136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인재 채용업체 해리슨클라크는 AI 연구자에게 주는 급여 패키지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중간~고위 AI 엔지니어들은 50만~200만 달러(약 6억 8000만원~27억 170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경력이 없는 선임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18만~22만 달러(약 2억 4000만원~3억원)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비단 개발자 몇 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AI 기업에서 근무하는 개발자들의 평균 연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단연 최고 수준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커뮤니티 스택오버플로우(Stack Overflow)가 전 세계 177개국 4만 9000여 명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AI·ML 개발자들의 평균 연봉은 18만 9500달러(약 2억 6300만원)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의 개발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에 전 세계 AI 개발자들이 미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가 링크드인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글로벌 기술 인재 현황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거주하는 AI 기술 인력은 2024년 중반에서 2025년 중반까지 50% 이상 증가했다.
인재들은 샌프란시스코, 뉴욕시, 시애틀, 토론토, 워싱턴 D.C 등 지역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가위치한 샌프란시스코는 AI 개발 관련 구인 공고가 가장 많이 게재돼 있는 지역이다. AI 개발자가 몰리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집값, 사무실 임대료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사무실 중 4분의 1은 AI 회사에 임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용 부동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 임대료 성장률은 거의 6%에 달한 것으로 기록됐다.
비대면 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기업들이 늘었던 점도 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CBRE 측의 해석이다. 2025년 기준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평균 가격은 지난해 대비 1.8% 상승한 143만 달러(약 20억원)으로 치솟았다. AI 인재, 임원들은 투기적 매매보다는 지속 가능한 투자에 중점을 두고 고급 주택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금도 미국 여러 지역을 비롯한 샌프란시스코로 집중됐다. 2024년 AI 관련 VC 자금 조달의 주요 글로벌 시장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런던, 뉴욕, 베이징, 파리였다. 이 지역들에 모인 투자금 총액은 770억 달러로, 글로벌 총액의 60%를 차지했다.
CBRE 측은 "세계 경제가 디지털로 전환됨에 따라 기술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전망과 기술 인력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AI와 같은 혁신은 다음 경제 성장 주기를 촉진해 상당한 금전적 가치 창출, 기술 인력 고용, 부동산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