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모션 창업자들과 직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모션)
AI 스타트업 모션 창업자들과 직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모션)

아이비리그 대학인 다트머스칼리지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해리 치(Harry Qi)는 23세 때 첫 직장에 들어갔다. 그는 수학적·통계적 퀀트 모델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 퀀트 펀드(Quant Fund)의 트레이더로 근무했다. 당시 그가 받은 연봉은 100만 달러(약 14억원). 

많은 사람들이 꿈꾸지만, 결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의 연봉을 23세부터 수령한 셈이다. 해리 치는 어린 나이에 돈을 많이 벌었지만, 언젠가부터 자신이 하는 일에 공허함을 느꼈다고 한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해리 치는 "어느 순간이 되면 이 세상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싶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저 많은 돈을 벌기 보다,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끌렸다는 이야기다. 해리 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오미드 루홀파다, 대학 친구인 에단 유와 함께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투자·육성 전문기업)인 와이콤비네이터에 지원했다. 

AI 스타트업 모션 창업자들과 직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모션)
AI 스타트업 모션 창업자들과 직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모션)

오미드 루홀파다는 옵티마이즐리와 페이스북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에단 유는 해리 치와 마찬가지로 퀀트 펀드 트레이더로 활동해 왔다. 와이콤비네이터 프로그램에 합격한 이들은 곧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AI 스타트업 모션(Motion)을 설립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일이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창업자들은 20번이나 사업 방향을 바꿨다. 해리 치는 당시 전 직장으로 돌아갈까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제품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고, 일정 예약 관련 앱을 만들었다. 이 기술로 한 달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100만 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 앱으로는 절대 ARR 10억 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공동 창업자들은 미국의 평범한 기업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용자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다. 창업자들은 AI 투자에서 뒤처지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통합 AI 에이전트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진=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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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AI 에이전트가 출시된 이후 모션은 매년 3배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연간 수백만 달러의 정기 수익을 창출했다. 특히 세계적인 기업의 4만 명 이상의 유료 사용자에게 신뢰를 받고 있다고 한다.모션이 빠르게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중소기업을 위한 AI' 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모션에 투자한 미국 벤처캐피털 스케일 벤처 파트너스(Scale Venture Partners) 관계자는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더 나은 운영을 원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모션은 바로 그러한 도약을 가능하게 한다"라고 평가했다. 

모션은 AI 임원 비서를 비롯 ▲AI 영업 담당자 ▲AI 고객 지원 전문가 ▲AI 마케팅 담당자 ▲AI 채용 담당자 ▲AI 프로젝트 매니저 ▲AI 연구원 등 여러 업무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서비스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직원은 스스로 매일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고, 후속 이메일을 완벽한 타이밍에 맞춰 보낸다. 

또 모션이 고객의 비즈니스 요구 사항에 맞춰 특화된 AI 직원을 만들고, 해당 AI 에이전트는 실제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료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업무에 AI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모션)
(사진=모션)

실제 모션을 도입한 한 기업 담당자는 "모션 덕분에 시간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모션을 사용하기 전에는 그냥 쉴 새 없이 바빴는데, 이제는 제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무리하게 행동하고 있는지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AI 에이전트가 슬랙, 구글 앱스, 팀즈, 세일즈포스 등 수백 가지의 도구와 연동된다는 것도 특징이다. 대규모 투자 유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모션은 시리즈 B, 시리즈 C, 시리즈 C2 투자 라운드를 통해 총 6000만 달러(약 832억원)를 모금했다. 이로써 누적 모금액은 총 75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돌파했다. 

새롭게 유치한 투자금은 주로 엔지니어링 및 제품 부문에서 팀을 확장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에이전트를 통해 제품군을 더욱 확장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해리 치 설립자는 "단순한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업무까지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이다"라며 "마치 마이크로소프트 제품군을 오늘날 AI로 구현한 것과 같다"라고 강조했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