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브룩클린에 거주하는 워킹맘 젠 글랜츠(Jen Glantz)는 10년 전부터 결혼식 들러리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그러던 중 전문 들러리 대행사업을 해보고자 2014년 브라이드메이드 포 하이어(Bridesmaid for Hire)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2500달러(약 350만원)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글랜츠는 브라이덜 샤워(결혼을 앞둔 신부를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주최하는 파티), 결혼식 등에 들러리로 참여해 수익을 올렸으며, 부업으로 성혼 서약서나 축사 등을 대신 작성해 주기도 했다.
글랜츠는 매년 60건이 넘는 결혼식에 신부 들러리로 참석했다고 한다. 그러던 2023년 3월 딸을 출산하며, 글랜츠는 당분간 들러리로 일하지 못하게 됐다. 병원 침대에 누워 성혼 서약서를 쓰던 중 "인공지능(AI) 웨딩플래너 툴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글랜츠는 곧바로 웨딩플래너 역할을 대신할 AI를 구축하기 위해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10년간 자신이 고객과 나눈 수백 시간의 통화, 인터뷰, 팟캐스트 등 데이터를 AI 모델에 학습시켰다. 글랜츠의 친구이자 개발자인 슈테판 워스가 AI 모델 개발을 도왔다.
글랜츠의 브라이드메이드 포 하이어는 2달 만에 웨딩 전문 AI 봇을 출시했다. 기업은 이후 100개가 넘는 결혼식 관련 전문 AI 도구를 개발했다. 결혼식 계획 수립, 신혼 여행 일정 및 코스 설계, 결혼식 예산 계산, 브라이덜 샤워 아이디어 생성, 파티 플레이리스트 생성기 등 다양한 AI 도구를 출시했다.
이 가운데 성혼 서약서, 축사 등을 대신 써주는 AI 도구가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브라이드메이드 포 하이어의 AI 도구는 사용자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한다. "당신의 관계가 언제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했다는 걸 알았나요?"와 같은 몇 가지 질문에 답변을 하고 나면 매끄러운 서약서가 몇 분 만에 완성된다는 것이다.
웨딩 전문 AI 도구는 예비부부들에게 입소문을 탔다. 글랜츠는 지난해 7월 AI 웨딩플래너 툴을 출시한 이후 매달 1만 달러(약 14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웨딩과 관련된 데이터만 학습됐기 때문에 챗GPT 등 대중적인 인공지능 모델보다 결혼식 준비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고객은 브라이드메이드 포 하이어의 AI 도구로 작성된 서약서를 낭독했더니, 하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 20명 정도가 제게 다가와 '들어본 축사 중 가장 훌륭했다'라고 말했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글랜츠는 "우리의 AI 도구는 제가 지난 10년 동안 고객을 위해 일하면서 수집한 200개 이상의 연설의 톤, 스타일 및 구조를 사용하도록 훈련됐다"라며 "대화형 경험을 통해 실시간으로 젠 글랜츠와 채팅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라고 밝혔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