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인해 꿀을 낳아주는 꿀벌들의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7년 전부터 꿀벌 개체 수 증가에 염두를 두고 창업한 인공지능(AI) 로봇 기업이 눈길을 끈다.
이스라엘의 명문 대학인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에서 농업 응용 과학을 전공한 엘리야 라지너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양봉업자가 됐다. 라지너는 벌통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벌통 몇 개를 꺼내서 살피곤 했다. 그러나 노하우가 부족한 청년들이 꿀벌을 키우는 것은 여간 쉽지 않았다.
벌통을 보며 '먹이를 줘야 하나', '여왕벌은 어떻게 지내나', '해충 방제가 필요할까' 등을 살폈다. 그러던 중 라지너는 "컴퓨터가 나보다 내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모든 벌통 카메라를 설치하고, 원격으로 벌통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그는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양봉업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벌통을 원격으로 검사하는 센서가 보급돼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와 관련 라지너는 "문제를 파악해도 멀리 떨어진 양봉장에 직접 나가야 하기 때문에 원격 검사의 장점은 미미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라고 했다.
이후 라지너는 보아즈 피터실, 할렐 슈라이어, 요시 소린, 자르 사프라 등과 함께 AI 로봇 스타트업 비와이즈(Beewise)를 2018년 설립했다. 비와이즈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애쓰면서 양봉업계 전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집중했다.
그 결과 기생충, 병원균, 살충제, 영양 부족 등의 이유로 매년 벌의 30~40%를 잃고 있다는 점도 알아차렸다. 보통 양봉업자들은 벌통을 분산 배치한다. 미국 양봉업자들은 수백 개의 벌통을 여러 주에 걸쳐 넓은 지역에 놓고 있다. 벌을 돌보는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긴 셈이다.
또한 최근 양봉업에 뛰어든 청년들의 경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들을 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이상기후로 인해 기온 변화에 취약한 꿀벌들이 밖으로 나왔다가 귀가하지 못하고 얼어 죽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에 서식하는 꿀벌의 60%가 올겨울 사라지거나 폐사됐다. 비영리단체 'PAm'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겨울 미국에 서식하는 꿀벌의 60%가 폐사하거나 실종됐다.
이로 인해 꿀 생산량이 급감했으며, 양봉업자들이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와이즈는 원격 양봉이 가능한 '로봇 벌통'을 개발했다. 로봇 벌통 안에는 최대 40개의 벌통을 수용할 수 있으며, 원격으로 벌을 치료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AI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은 벌의 수를 세고 프레임 이미지를 개별 세포까지 분석한 다음 문제가 생길 경우 업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로봇 팔을 사용해 벌통의 균형을 맞추고, 먹이를 자동으로 주는 등의 작업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극한의 날씨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온도 조절 기능도 탑재돼 있다. 농가의 인건비 절감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비와이즈의 설명이다. 자르 사프라 CEO는 "우리 제품 덕분에 벌집 손실이 70%나 감소했으며, 벌통도 더욱 건강해졌다"라며 "매출, 기기, 고객수가 급증하고 있다"라고 했다.
제품의 효용성이 입증되며 투자자들도 몰리고 있다. 비와이즈는 현재까지 1억 7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비와이즈에 투자한 코너벤처스의 제너럴 파트너인 존 캐니두는 "비와이즈는 상당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

